바바라 스트라이샌드 이후 최고의 배우라고 종종 일컬어지는 이 걸출한 배우는 11살에 이미 라자라라는 타고난 성을 버리고 피터스라는 가명을 만들 만큼 일찌감치 쇼비지니스계에 입문했다. 그웬 버돈이 무대에서 태어났다면 버나뎃 피터스는 무대에서 살기 위해 인생을 바쳤다. 그가 배우협회에 가입했을 때의 나이는 고작 아홉 살. 뉴욕시티 센터에서 있었던 「Most Happy Fella」의 리바이벌 공연에 테시 역으로 데뷔했으며 그 다음해에는 「Gypsy」의 순회공연에서 준의 아역을 맡아 열연했다.

준은 집시의 언니로 어렸을 때부터 귀여운 외모와 출중한 노래 실력으로 인기를 모았던 인물로 그려지며 특히 아역의 준은 온갖 춤과 노래를 혼자 소화해 내는 역이다.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브로드웨이의 천재소녀로 활약했던 버나뎃은 어느날 홀연히 무대에서 사라진다. 이유는 연기와 노래를 더 열심히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열 살에 잠시 은퇴했던 그가 무대로 돌아온 것은 공식적으로 성인이 된 열 여덞 살 때인 1966년. 그것도 곧바로 브로드웨이로 돌아온 것이 아니라 오프의 무대에서 자신의 연기력을 시험했다. 결과는 대성공. 두 개의 오프 작품으로 버나뎃 피터스는 그 해의 드라마 데스크상의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드라마 데스크상은 오프와 브로드웨이를 모두 합쳐서 주는 상이기 때문에 연기 부문은 오히려 토니상보다 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버나뎃 피터스는 브로드웨이의 연기자들을 제치고 스무 살도 안된 나이에 다시 한번 정상에 섰다. 그러나 이후 그의 발걸음은 스타의 거만함과는 거리가 있다. 그가 선택하는 작품들은 흥행보다는 작품성과 배역의 개성으로 정해졌다. 돈을 많이 들이는 화려한 작품보다 드라마가 확연히 살아있고 음악이 아름다운 작품을 그는 선호했다. 뮤지컬 골수팬들은 그가 선택하는 작품을 신뢰했으며 비록 흥행에서는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하더라도 오히려 그래서 더욱 더 그 뮤지컬을 빨리 보려고 안달을 할 정도였다.

70년대에 이르러서는 그는 주로 할리우드의 영화에 출연을 하며 보냈다. 그가 출연한 영화 가운데는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Annie」(1982)가 있다. 애니의 가짜 엄마를 연기하는 고아원 원장 동생의 아내 릴리 역인데 뻔뻔하고 돈만 탐하는 거리의 여자의 역을 너무 잘 해낸다. 이 때 그의 상대역으로 등장했던 배우는 록키 호러 픽쳐쇼에서 닥터 프랭크를 맡았던 팀 커리. 그 외에도 십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던 그는 80년대에 다시 브로드웨이에 돌아와 그의 인생에 가장 빛나는 뮤지컬 세 편에 출연한다. 그 가운데 「Sunday in the Park with George」(1984)와 「Into The Woods」(1987)가 손드하임의 작품으로 버나뎃 피터스의 안목이 얼마나 높은 것인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나머지 한 작품도 당대의 작곡가 웨버의 히트작 「Song and Dance」(1985)이며 특히 그녀의 솔로 공연이었던 이 작품으로 토니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렇듯 그는 대서양 양쪽의 거장들이 모두 총애하는 배우이기도 하다.

그의 가장 최근작은 「Annie Get Your Gun」(리바이벌 버전 1999)으로 과거 에델 머먼의 여장부 같은 이미지에 뻔뻔한 이미지를 덧칠하여 그만의 새로운 애니 오클레어를 창조했다는 찬사를 받았으며 또 하나의 토니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통통한 몸매, 통통한 볼, 아랫니와 윗니가 딱 맞물리는 주걱턱의 외모에 속사포처럼 많은 대사나 가사의 노래도 정확하게 발음하는(Sunday in the Park with George) 긴 호흡을 가진 그는 결코 예쁜 얼굴은 아니다. 그러나 무대에서의 모습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멋진 모습이다. 이제 오십 대에 접어든 나이에 연기인생이 사십 년에 이른 그는 이제 또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중이며 가장 행보가 기대되는 배우이기도 하다.

1.Overture
2.We'Re In The Money/Pennies From Heaven
3.If You Were The Only Boy
4.Unexpected Song
5.Faithless Love
6.Other Lady
7.I Never Thought I'D Break
8.(They Ask Me Why) I Believe In You
9.Later
10.With So Little To Be Sure Of
11.Children Will Listen
12.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