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1곡으로 구성되어 있는 케빈 컨의 통산 4집 'In My Life'에는 자작곡 아홉곡과 두 곡의 리메이크 연주가 수록되어 있다. 첫 곡 'We all fall in Love Sometime'은 엘튼 존의 히트곡이며, 또 하나는 비틀즈의 음반 'Rubber Soul'에 수록되어 있는 히트곡 'In My Life'이다. 케빈 컨이 영향 받은 아티스트로는 바흐부터 스티비 원더까지 모든 장르를 망라한다고 스스로 언급한 적이 있고, 어려서 가장 좋아했던 아티스트가 비틀즈였다고 하니 사실 'In My Life'의 피아노 연주 트랙은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바이오그래피에 의한 선입관 때문일까. 'In My Life'라는 제목이 주는 잔잔한 감동은 왜일까.
4집에서 보여주는 케빈 컨의 음악 정서는 결코 우울함과 어두움, 슬픔의 정서가 아니다.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어둠 속의 희망이다. 1집부터 보여주었던 평온함과 화사함, 그리고 안락함이 이어지고 있는데, 두 번째 곡 'Love's First Smile', 네번째 곡 'Bittersweet'등에서 들려주는 케빈 컨의 건반 터치는 음악 팬들에게 오직 희망과 따스한 추억, 아름다운 삶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이런 표현 방식은 케빈 컨만이 갖고 있는 천재적인 능력이 뒷받침되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리고 그 삶의 아름다움은 마지막 곡이자 타이틀 곡 'In My Life'에 농축되어 있다. 2000년 12월 내한공연 당시 사석에서 케빈 컨과 1집부터 프로듀서를 맡았던 론 헤스와의 대화에서 그들은 당시 'In My Life'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다. "이 곡을 녹음하기 전 갑자기 케빈을 불을 다 꺼달라고 요청하더군요. 그래서 우린 모든 기기를 세팅하고선 남은 조명을 다 꺼버렸지. 콘솔과 여타 장비의 빨간 불, 노란 불, 이런 것들만 반짝이고 있었고 스튜디오 안은 깜깜했어요. 그리곤 이 친구가 연주를 하는데... 녹음이 끝나는 순간 난 감동해서 울어버리고 싶었다니까. (론 헤스)"
실제로 2000년 내한 공연 당시의 일이다. 맨 끝 곡으로 'In My Life'를 연주하던 케빈 컨에게는 무대 위의 모든 조명이 다 꺼지고 오직 단 한 줄기 조명만이 비춰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피아노 선율의 감동. 마지막 피아노 음과 함께 그 한줄기 조명마저도 꺼진 뒤 장내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어 침묵을 깨는 박수 소리가 하나 둘 이어지고, 곧이어 장내는 환한 조명과 함께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환성과 박수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글쓴이는 당시 무대 뒤에서 프로듀서이자 당시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던 론 헤스와 함께 이 연주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스튜디오 녹음 당시를 상상하며 감동에 휩싸여 있던 글쓴이에게 론 헤스가 넌지시 건넨 말이 지금도 귓가에 생생하다. "내 말이 맞지? 감동적이지?"
총 11곡을 수록한 인터내셔널 버전과는 달리, 국내 라이선스 음반에는 보너스 트랙을 포함하여 총 12곡을 만날 수 있다. 케빈 컨이 자신을 사랑해준 한국 팬들을 위해 기쁜 마음으로 'Love's First Smile'의 피아노 독주 버전을 녹음해 보내온 것이다. 이제 국내팬들을 위해 모두 케빈 컨이 보내온 음악선물을 통해 '사랑의 첫 미소'를 느끼고 배울 차례이다.